[안수기도]
어머니와 함께 성당에 갔다. 몇 주 동안 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죄스러운 생각이 들었고 몸도 괜찮은 것 같아 간 것이다. 병자성사를 받았지만 어머니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도 즐거웠다.
주님공헌대축일미사!
구역장님과 어머니가 활동하는 레지오 팀 단장님, 그 밖의 어머니를 잘 아시는 자매님 몇 분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시며 신부님과의 면담도 주선해주셨다.
미사가 끝나고 한 자매님(영성기도 활동하시는 분)이 기도를 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소 성당으로 어머니와 함께 다른 자매님 몇 분과 자리를 옮긴 후 기도를 했다. 그 자매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순간 거부반응이 생겼다. 안수기도는 사제나 수도자 이외에는 할 수 없다는 교리를 알고 있었고, 아직까지는 그것이 옳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때로는 영적으로 능력을 받은 사람이라고 해서 기도의 은사를 받은 사람, 치유의 은사를 받은 사람, 선교의 은사를 받은 사람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하느님 사도직의 부르심을 행하면서 가질 수 있는 권한으로 안수기도가 허락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도 전에
“이건 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겁니다.”
라고 예방책 같은 말을 꺼내놓고 방언을 하였다. 뭐라고 지껄이는지 알 수도 없어 불편했지만 내가 믿음이 약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죄책감보다는 기도를 청한 어머니가 옆에 계셔서 꾹 참고 앉아 있었다.
예전에 둘째형이 어느 권사님의 은사경험을 이야기해주면서 안수기도를 받으라고 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거부반응을 보였었다.
나를 위해 기도를 해준다는데 나쁠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믿음이 충만하다는 과시행동의 하나로 안수기도를 서슴치않고 행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아왔다. 그들이 하는 행동은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보다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자기만족의 행동들이었다.
아직 나는 하느님으로부터 어떤 특별한 은총을 받은 적은 없지만 은총을 받을수록 아류에 빠지지 않는 겸손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믿음이 강한 사람은 자신을 애써 드러내지 않더라도 영성의 향기가 뿜어 나와 주변이 달라지고 변화된다.
믿음의 본질을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믿음의 뒷면에는 무조건, 맹목적이라는 것이 다르기 마련이다. 믿음의 실체를 잘 파악하고 본질을 깨달을 때 신앙생활이 더욱 즐겁고 알차게 되지만 잘못 믿게 되면 진리와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잃어버린 채 허상을 쫒다가 결국 사이비로 전락되는 것이다. 신앙을 거부하는 백 명보다 사이비 한명이 더 큰 문제다. 영성의 힘은 남에게 보이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여 겸손과 순종으로 낮은 자리에 서게 하는 것이다. 가장 낮은 자리는 인간의 생로병사 - 모든 것을 체험했다는 것이며 높은 곳으로 한걸음 내디딜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성의 힘이 강한 사람의 모습을 보면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것이 그 이유다. 보이지 않는 믿음과 영성의 향기가 잔잔히 울려 퍼지길 바란다.
“중얼중얼~~~ 저런 기도도 다 있니?”
어머니도 어리둥절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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