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요셉

[스크랩] 재광이의 투병일지(하느님과의 영적체험)

이웅수 2013. 1. 24. 22:06

[하느님과의 영적체험]

용문사에 있으면서 많은 시간을 하느님과 만남으로 일과를 보내려고 하고 있다. 영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도 읽고 기도를 드리며 하느님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에 귀를 세운다.

하느님께 소리쳐 부르고, 어깨를 두드리고, 돌을 던져도 아무런 응답이 없을 때가 많다. 인내심을 가지고 끝없이 갈구했지만 소용이 없자 인생은 나에게 우울증이라는 핵폭탄을 터트렸다.

그렇게 며칠을 식물인간처럼 무기력하게 보낸 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목사님이 쓰신 ‘낮은 자리에서’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그 책을 통해 하느님의 응답을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우울증은 나를 꼼짝없이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 나를 돌려세워 ‘네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묻는 하느님의 최후통첩인 것이다. 이것을 깨닫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 내게 겸손이야말로 신앙생활의 핵심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맞는 말이라고 했고, 나 역시도 겸손하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스스로 자랑스럽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는 겸손에 이르는 길에 대해선 얘기해주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겸손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낮은 곳에서 더 확고하고 충만한 자아를 느끼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겸손은 나 자신의 장점과 약점, 재능, 어둠과 빛을 동시에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중 어느 하나도 거절하지 않고, 포용함으로써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면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진정한 자신을 깨닫기 위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된다.

내가 나 자신의 약점이나 미움마저도 나의 진실이었음을 떠안고서야 하느님의 응답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살아오면서 저지른 실수나 잘못은 나의 진실이 아니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나 자신을 부정했던 적이 많았다. 나의 진실을 아름답고 좋은 것으로만 장식되어 있다고 잘못 생각(오만)하며 살아온 것이다. 참되고 온전한 나를 보이지 않으면서 하느님과의 만남을 요구한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의 내 모습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만끽하는 평화로움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다. 하느님을 만나고 싶을 때 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 소중한 체험이었다.

 

그림1. 성당의 예수님 상

출처 : 해피인이계옥
글쓴이 : 이계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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