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자화상
오늘은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입니다.
구세주의 탄생 소식을 들은 헤로데가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여 버렸습니다.
다행히 주님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미리 이집트로 피난을 가라고 일러 주었기에,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죽음의 위험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을 지낼 때마다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그 아기들이 하느님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다고 순교자들로 여기는가?’하는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깊이 묵상하다보면, ‘그렇다고 우리는 구원받기에 합당하게 한 일이 뭐가 있는가?’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물론 그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예수님을 위해 피를 흘린 것은 아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또한 우리 행위가 아닌 그리스도의 피로써 구원된 것이기에
우리 또한 우리 힘만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들은 우리들의 자화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의 ‘피’는 헤로데의 증오에 의해 흘려졌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피 흘림이 있었기에 헤로데가 예수님을 끝까지 찾지 않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예수님을 살리기 위해 흘린 피가 된 것입니다.
나 때문에 누군가 고통을 당하였다면 그 사람에게 애정이 더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정의이신 분이기에 죄 없이 피를 흘렸다면 죽음 뒤에 합당하게 그것을 갚아주셔야 당연합니다.
구원은 그분에 의해 오지만 우리가 하는 작은 희생들,
그것이 잊혀 지지 않고 하늘나라에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줍니다.
그리스도를 위한 것이라면 그 희생은 자의든 타의든 그 보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가 아닌 그리스도의 섭리로
구원에 이르고 영광에 이르는 우리의 자화상들인 것입니다.
우리 또한 자랑할 것도 없고 구원을 우리 힘으로 얻었다고 교만을 부릴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에게 느끼는 그대로,
하느님 보시기에 우리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가 더 크게 찬미 받으셔야 하는 날이 오늘인 것입니다.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에게 영광을 주신 것처럼 하느님의 뜻을 위해 아주 조금이라도
무언가 하려고 하는 우리들에게도 그 영광을 나누어 주십사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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