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본 모습
평생 가면을 만들며 살아온 이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그는 가면 만들기를 중단합니다.
만든 가면도 결코 팔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의 가면을 쓰면 가면이 얼굴에 붙어 그 가면의 얼굴이 된다고 말입니다.
신청자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줄 터이니 얼굴을 고쳐 달라며 애걸하였습니다.
소문은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갑니다. 호기심에 임금은 그를 불러들입니다.
“네가 만드는 가면이 놀랍다고 들었다. 어떠냐? 나한테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
가면 만드는 이가 대답합니다. “이미 가면을 쓰고 계시면서 또 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임금은 화를 냅니다. “뭐, 내가 가면을 썼다고?” 그가 또 말합니다.
“임금님은 마음과는 반대의 얼굴 표정을 자주 짓지 않습니까? 그게 가면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자 임금은 웃으며 말합니다.
“네 말이 맞다. 그러고 보니 넌 사람들에게 진짜로 가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구나.”
“그렇지요. 저는 가면 사러 오는 이에게 삼 년 동안 좋은 마음을 지닌 뒤에 다시 오라고 합니다.
그러면 얼굴이 그렇게 변해 있으니까요. 그러고는 어느 날 가면을 씌우는 흉내를 내고는 부탁합니다.
‘이 아름다운 가면이 흉하게 변할 수 있으니 마음을 바르게 쓰며 살라.’고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면 나병 환자는 온몸으로 예수님께 청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언제 다시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그의 절박함을 예수님께서는 사랑으로 안아 주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얼마나 기다렸던 음성인지요?
말씀을 듣는 순간, 그는 바뀐 몸을 깨닫게 됩니다.
더구나 예수님께서는 그의 몸에 손을 대시며 기적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병환자는 천국을 체험합니다.
저는 용문 본당신부로 일하며 음성 나병환자들로 이룬 마을 공소가 있기에
4년간 이들을 도와주며 지냈기에 이들의 애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가락이 무디어 졌지만, 그리고 건강한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로
마음의 상처가 깊지만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처럼 주님께 대한 애절함은 순수하고 순결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모습이 가면은 아닌지요?
모습은 아름답지만 마음은 나병환자들의 일그러진 얼굴모습과 같지 않은지요?
메시아로 우리가운데 오신 예수님은 나병도 치유해 주시는 전능하시고 사랑지극하신 분입니다.
순결한 마음을 지녀야 모습도 순결한 모습을 지닐 수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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