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요셉

[스크랩] 재광이의 투병일지(나를 통한 깨달음 하나)

이웅수 2013. 1. 22. 16:32

2011년 12월 5일

 

[내가 나를 바라보며 알게 된 깨달음 하나]

머리카락이 한 웅큼씩 빠진다. 겨울 산 능선이 보일만큼 앙상한 나뭇가지가 듬성, 듬성 서있듯이 내 두개골의 모양,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불혹의 나이가 되면 얼굴이 곧 마음이라던데 앙상하고 흉측한 낯이 창피할 뿐이다.

어젯밤에 다녀간 동갑내기 친구들의 모습이 잘 생긴 영화배우처럼 멋지게 보였다. 참으로 고마운 녀석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 문자로 나를 기억하며 위로해주는 은인들의 따뜻함을 받을 때마다 그래도 그들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었음을 뿌듯하게 생각된다. 친형처럼 잘 따라주고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는 프란치스코, 자상하고 포근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대부님, 친동생 돌보듯 아껴주던 광수 요셉 형님, 실베스텔, 바오로 형님, 가족처럼 따듯하게 대해주는 ME식구들, 특히 세례자 요한 형님, 지금도 날 위해 기도하는 레지오 형제들, 빈첸시오 형님의 정감어린 욕설, 신앙이야기 주고받으며 말동무가 된 알비노, 그밖에도 나를 기억하고, 기도해주는 많은 형제자매들........

이렇게 많은 인연들에 대해 어떻게 감사를 표하며 보답해야 할까!

요아킴 신부님, 마태오 신부님, 베드로 신부님, 세바스찬 신부님들의 기도와 은사. 그밖에도 ME교구 선배, 형님 부부님들의 기도, 떠안기에 너무 벅찰 만큼 큰 축복에 무슨 방법으로 감사에 대신해야할지.......

겨울 속 내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래도 헛되게 살지는 않았나보다. 아직도 감사할 것이 있고, 기도할 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한 웅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면서 병마를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임하고 있다는 것조차 감사하다. 그래,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자. 감사하는 세상에는 좋은 것만 있다. 열정, 환희, 기쁨, 희망, 배려, 사랑 같은 말이 유행인 세상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띠리릭~~~”

문자가 들어왔다. 클레멘스 형님이다.

출처 : 해피인이계옥
글쓴이 : 이계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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