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의 수호천사가 되자.
전에 본당에서 사목할 때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부산에서 왔는데 지갑을 잊어버렸다면서 집에 갈 여비를 도와 달라는 말이 가장 많았고,
이들은 꼭 이야기합니다. “집에 돌아가면 반드시 부쳐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받아본 경우는 없었습니다.
한번은 제 친구 이름을 대면서 교통비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아보니 친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미사에 참석해서 강론을 듣고 면담을 청합니다.
그리고 구구절절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도와달라는 말로 끝을 맺습니다.
어느 본당에 있을 때에는 어떤 분이 찾아와서 장애인으로 세상 살기 힘들다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에 조금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신부님들에게 도움을 받았음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괜찮은 차를 몰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돈을 요구할까도 생각되었지만,
그들을 더 죄인으로 만드는 것 같고 이제 더 이상 속아주기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뻔뻔한 얼굴로 그들의 도움을 외면했지만 솔직히 그때마다 마음 편치 안았습니다.
히브리 서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거든요.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손님 접대를 하다가 어떤 이들은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접대하기도 하였습니다.”(히브 13,2)
그리고 오늘 독서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탈출기 23,20)
저에게 천사와 사기꾼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만 있었다면 불안해하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그러한 능력을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았으니 늘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욕을 퍼 붓고 가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왜냐하면 천사라면 욕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오늘은 수호천사 기념일입니다. 수호천사란 하느님의 명에 따라 사람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천사를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도 다른 사람의 수호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명령하셨고, 그 사랑이 바로 서로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수호천사가 아닌, 사기꾼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호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
그러나 자신은 다른 이에게 사랑을 전하지 않는 모습. 바로 사기꾼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수호천사로 살아가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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