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요셉

[스크랩] 재광이의 투병일지(고마운 큰형에게!)

이웅수 2013. 1. 22. 15:54

보낸 사람: "eljo1113" eljo1113@hanmail.net

받는 사람: eljo1113@daum.net

날짜: 2011년 12월 15일 목요일

제목: 고마운 큰형에게

 

[고마운 큰형에게!]

 

형의 편지 잘 받았습니다.

저를 위한 가족들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느끼면서 감사의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를 받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캄캄한 동굴에 갇힌 것처럼 현실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지은 죄 값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큰 십자가였습니다. 아무리 크게 잘못을 저질렀어도 이건 너무 심한 형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습니다. 결국 주님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는 나약한 존재임을 잘 알면서도 무엇을 바라고 계시기에 이토록 큰 아픔으로 말씀하시는지 두렵기도 했습니다. 두 번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하느님의 존재조차 믿고 싶지 않을 만큼 신앙이 하릴없고 부질없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형의 편지를 읽고 아직도 내안에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는 욕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욕심으로 내가 알아서 할 거라는 객기도 부렸고, 내 판단을 우선에 두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욕심 때문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항상 제자리에서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고통의 굴레에 머물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마도 그 욕심은 또 다른 죄일지 모르겠습니다. 형의 말대로 하느님께서 정말 내가 당신 앞에 온전히 나오길 원하고 계시겠죠?

하느님에 대한 확신으로 충만 되어 있는 형의 모습을 보면서 영적인 힘이 그동안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한 인간의 변모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의 애틋한 소리를 언제,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요?

 

 

대림시기(자선주일 12월 11일) 사도 바오로의 데살로니카 1서의 말씀을 듣고 주님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저의 영과, 혼과, 몸을 지켜주실 거라고 기도했습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성령의 불을 끄지 마십시오.

예언을 업신여기지 마십시오.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을 간직하고 악한 것은 무엇이든 멀리하십시오.

평화의 하느님께서 친히 여러분을 완전히 거룩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을 부르시는 분은 성실하신 분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해주실 것입니다.

 

 

'나를 지금 황폐하고, 초라하고, 지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안에 있는 고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 있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더 모으고, 챙기려고, 욕심을 부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그럴수록 나는 더 황폐해지고 힘들어가는 데도 말입니다.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고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할 때 그 한계를 만나면 주님만이 희망임을 알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비워야 목마름이 채워지고 위로를 받을 수 있겠지요. 마음을 비우는 텅 빈 광야가 하느님을 만나는 매우 소중한 자리임을 깨달았습니다.

 

 

사랑하는 형!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껍질을 움켜쥐는 사막의 선인장처럼 앞으로 암과의 험난한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내가 무엇을 믿고 의지하며 나아갈지 분명히 할 겁니다.

사실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죄책감, 나를 위해 헌신하는 가족, 친지, 그리고 기도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서 이리저리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 해주는 말들이 전부 나를 위하는 것이라 짜증스러움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하느님과 자주 만나고 그분의 말씀에 경청하는 것 말고는 못들은 척 할 겁니다.

더 공기 좋은 곳을 알아보는 것, 더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것 등 항암주사와 면역증강치료를 받는 동안은 현 상태로 있었으면 합니다. 치료 중에 검사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형이 호주로 돌아가고 나서 지금까지도 계속 말이 많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하느님과의 만남이 자꾸 기다려지는 그런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21일 검사를 앞두고 면역증강치료를 받았는데 의사선생님이 가래도 없어졌고, 폐도 아주 깨끗하답니다. 무엇보다 암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서 미소를 지으시기에 함께 갔던 찬호 엄마와 그날 내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창밖의 세상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 막내 동생 올림 -

 

 

 

21일 삼성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1. 뼈 검사

2. CT 촬영: 가슴 CT, 복부CT

 

 

 

22일 면역증강치료를 받았다. 감기증상이 조금 있어 감기약처방을 받았다.

*감기가 폐혈증으로 되면 큰일이란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바깥출입을 자제하라고 당부하셨다.

출처 : 해피인이계옥
글쓴이 : 이계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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