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요셉

[스크랩] 재광이의 투병일지(무소유)

이웅수 2013. 1. 22. 16:34

2011년 12월 4일

 

이곳 용문사에서 3일 밤을 지냈다.

첫날의 조금은 낯선 곳에서 지내게 될 외로움이 아직 남아있었다. 하루 종일 보는 사람이 고작 주지스님과 공양주보살님, 가끔씩 드나드는 신도 몇 분을 제외한 서 너 명이다.

겨울을 재촉하는지 날씨가 춥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뜸하다.

건강을 위한 요양소로 적당한 장소라 위안해보지만 요양이라는 말이 괜스레 거북스럽다. 그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게으름에 불과하다는 죄책감이 들어서다.

어젯밤,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산사의 맑은 공기를 한 아름 들이마시고 청명해진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요양이 아니라 수양을 위해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새롭게 변모하고 해 묶은 육신의 때를 깨끗이 벗겨내기 위한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햇살의 따스함이 이름 모를 풀냄새를 안고 보약 같은 향기로 내 코끝은 간지럽게 만지작거린다.

며칠 경계하던 눈빛의 아지 녀석도 이젠 날 보면 꼬리를 흔들어댄다.

세상 모든 것은 이토록 생긴 그대로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속임수를 쓰려고 해도 어느 새 그 속을 들여다보는 누군가가 있어 솔직하고 순수한 내 안의 것을 드러내라고 유혹한다. 어찌 보면 속일 일도, 감출 일도 없이 좋은 것, 싫은 것, 다 털어놓고 있는 그대로를 세상은 반겨준다. 나 또한 벌거벗은 내 몸뚱이를 생긴 그대로 부담 없이 편하게 보이고 싶어진다.

어느새 요양이라는 죄책감이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을수록 그만큼 많이 얽혀있다는 것이다.

-법정스님-

 

그림1. 무소유

 

출처 : 해피인이계옥
글쓴이 : 이계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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