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요셉

[스크랩] 재광이의 투병일지(영혼의 고통-우울증)

이웅수 2013. 1. 24. 21:58

암 진단을 받고나서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에 겪었던 정신적 고통은 일상생활과 단절된 마비상태로 이끌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라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고, 통증을 겪으면서 암과 대적할 의지도 약해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슬픈 감정이 지속되면서 텅 빈 공허감, 바로 우울증이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극복하려고 애를 쓰지만 나 자신도 모르게 감정의 변화가 심해지고, 불면, 무관심, 화냄, 불안과 공포 등이 많아졌다.

절에 있을 때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호의적인 마음으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대부분이 마치 ‘욥의 위안자’ 같았다. 비참한 처지에 있는 욥을 찾아가 동정을 보여 나를 더 깊은 절망으로 빠뜨리는 것 같았다. 어던 사람은 내 기운을 북돋을 양으로 이런 말을 했다.

“오늘 날씨가 아주 좋은데 밖에 나가 햇볕을 쬐며 걸으면 기분이 나아질 거야.”

하지만 그런 조언은 나를 더 깊은 우울증으로 밀어 넣었다. 머리로는 날씨가 눈부시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감각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말해준 사람도 있었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야. 가르치는 일, 그림 그리는 일도 매우 잘하고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어.”

그 위로의 말 역시 좋은 사람으로 비치는 내 모습과 현실의 내 모습사이에서 엄청난 격차만 절감할 뿐이었다.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오히려 지나치게 까발려 놓아 더욱 더 깊은 고립에 빠지기도 했다. 친구들로부터 격려나 위로를 받아 보았고 나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남을 위로했던 적이 있었기에 지금 이러한 증상이 어떤지 나는 알 것 같았다. 남의 고통을 고쳐주겠다고 덤벼들지 않는 것. 그 사람의 고통 가장자리에서 그냥 공손하게 가만히 있어주면 좋겠다.

“당신(사실은 나 자신)에게 충고 하나 하지. 당신이 내 충고를 받아들인다면 당신을 좋아질 것이다. 당신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당신에게 최선을 다하겠어. 그러나 당신이 내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내가 해줄 게 없어!”

냉정하고 차갑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우울증에 걸린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식의 약간의 무관심이 분노를 자극하여 어느 쪽이든 분명한 태도를 보이게 함으로써 스스로 위안을 얻고 죄의식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림1. 단절고립, 불안, 압박감, 자괴감

출처 : 해피인이계옥
글쓴이 : 이계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