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항암치료를 받고 집과 부모님 댁에 기거하면서 열흘 만에 용문사로 왔다. 후유증도 있었지만 뼈로 전이된 부분의 통증이 심해서 잠을 설치며 보냈기 때문이다. 가족들 모두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집에 있는 동안에 아들 때문에 아내와 함께 걱정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했었다. 고3인 찬호가 다니던 미술학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학원으로 옮기고 싶다 한다. 카피(모사)만 시킬 뿐 다른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처음 이 학원으로 다니기로 했을 때 원장과 상담하면서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그야말로 허울 좋은 말뿐이었다는 것에 나 역시 실망감이 컸다.
이곳저곳 알아보며 교육방법과 프로그램이 찬호가 원하는 학원으로 결정하고 등록했다. 그러나 나는 이곳 역시 실체가 없는(감각을 키운다, 아이디어수업위주다 등) 제대로 시스템화 되어있지 않는 곳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인근의 입시미술학원이 모두 그랬다. 그래도 등록한 이유는 찬호가 원하는 환경이어서였다. 중요한 건 학원이 아니다. 본인이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의지인데 찬호는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이 많아졌다. 기초실력도 키워주어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의도가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약할 뿐만이 아니라 경험이 적기 때문에 내 몫이 된 것이다. 물론 학원에서는 이런 것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그림을 그린다면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합격률에만 치중(?)함으로 예술가를 양성하는 제대로 된 교육환경이 없다.
아내와 한참 상의하고, 나의 계획을 말해주었다. 아내도 섬뜻 내 뜻에 따르기로 했다. 이제 시간도 별로 없다. 이곳에 오기 전에 찬호와 약속 두 가지를 했다. 아빠가 내준 숙제를 반드시 완성할 것. 그리고 작품의 의도와 평가를 해볼 것. 시간이 없을수록 하나하나 천천히 밟아가기로 했다.
내가 시작한 교육은 이 세상 누구도 하지 않는 것일 게다. 창의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한 현장경험에서 나 나름대로 체계를 세운 교육방법이다. 칭찬보다는 찬호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자존심 상하고 무시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찬호가 잘 견디며 아빠의 노력에 반만이라도 따라와 주면 좋겠다.
문학지망으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지호에 대한 걱정은 배려심이 없다는 것이다. 공동체 생활에도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친구들도 거의 없다. 자존감이 약하여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도전적이며 적대시 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도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기에 아내와 나는 되도록 다독거리며 칭찬할 말을 많이 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대이하의 성적, 학원결석, 컴퓨터중독,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해소 등 객관적으로 봐도 걱정거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어렸을 적 마음의 상처가 많았다는 상담사의 말이 있었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우선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려고 한다. 이곳에 오는 길에 지호에게 한 말이 있다.
“엄마가 너무 측은해 보인다. 아빠가 아파서 잘 도와주지도 못하고. 밤늦도록 가족을 위해 일하는 엄마가 불쌍하지 않니? 지호야, 엄마를 잘 보살펴줘라. 엄마의 마음이 아프지 않게. 알았지?”
지호가 이 말을 듣고 마음 속 깊이 움직임이 있었으면 하는 소원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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