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요셉

[스크랩] 재광이의 투병일지(아내의 눈물)

이웅수 2013. 1. 24. 22:10

[아내의 눈물]

2012년 1월 12일 목요일

면역치료를 받기 위해 엊그제 집으로 왔다. 늘 반겨주던 아내가 이번에는 웬일인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무슨 언짢은 일이 있는지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내를 생각하면 늘 미안하고, 측은한 마음만 가득했던 터라 궁금한 것도 눈치를 보며 쉽게 물어보지 못했다.

산책하러 가자며 아내를 불러낸 후 ‘차 한 잔 하면 좋겠다.’ 하며 아내와의 대화를 유도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내가 울먹이며 눈물을 보였다. 그동안 마음 아픈 일이 분명히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당신에게 미안해. 아픈 당신을 위해서 난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 것 같아서.”

“무슨 소리야?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없다니!”

“.......”

“왜 그래? 당신? 말해봐!”

“내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한 번도 해준 게 없다고.”

<이하생략>

웬만하면 집에 오는 것을 참고, 용문사나 부모님 댁에 있으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우울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암이라는 것이 나 혼자만의 고통을 넘어 가족까지 해체되는 위기감을 줄 것 같은 두려움도 감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 순간을 넘겨야할지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갈팡질팡하며 괴로웠다.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 한 마디라도 해야 한다고 마음속에서 요동쳤지만 어떤 말로 위로가 될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아픈 게 죄다!”

서러웠지만 참아야했다.

내가 암과 싸워오면서 대적해야할 것이 너무도 많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아직 승패도 없고, 사투중이지만 그러는 동안 가정이라는 틀이 무너져가고 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건강을 찾기 위해 가족이라는 보금자리마저 내팽겨 쳐야 하는가? 왜 이런 상황이 도래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내의 존재가 배제되고, 아내의 생각이 무시되면서 내가 낳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니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나을 수는 있을까! 정신적인 혼란과 아내의 아픔을 안고 무슨 수로 암을 이겨낸단 말인가!

아내와의 일치는 어떤 경우보다도 무시될 수 없고 최우선의 선택이다. 하느님께서도 그걸 원하고 계실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암을 통해 처음부터 아내와 나와의 진정한 사랑, 일치된 마음- 그런 참다운 부부로서의 삶을 계획하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출처 : 해피인이계옥
글쓴이 : 이계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