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무슨 말로 부모님사랑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암 선고를 받고 처음 부모님을 뵌 순간, ‘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자라오면서 수없이 많은 걱정과 심려를 끼치며 살아왔는데 그것도 모자라 병든 모습으로 부모님을 대하는 것이 너무도 불효막심하다는 것을 어떻게 사죄해야 할까요? 다른 형들이나 누나들보다 더 극진한 사랑을 받아왔으면서 결국 부모님께 보여드리는 것이 초라한 제 자신이었음이 얼마나 밉고 가슴 아픈지 모릅니다. 저는 죽어서도 부모님에 대한 죄를 씻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통증으로 아파할 때보다 그 모습을 지켜보시는 부모님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듯 더 큰 고통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통증도 애써 참으며 태연한 척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마음마저 헤아리신 부모님의 눈물을 지켜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평생을 선하게 사신 부모님가슴에 대못을 박듯 엄청난 과오를 또 저질렀으니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했는가 봅니다. 고통만 남기고 눈물마저 메말라버리게 한 제 자신을 잊어달라고 해야 하나요? 없었던 자식으로 생각해달라고 해도 되나요?
참으로 밑바닥 인생에서 악의 구렁 속을 헤매던 저의 지난날의 과오를 어떻게 보며 참아내셨나요? 저를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나 크기에 그 당시 저를 버리지 못하셨나요? 지치지도 않으셨나요?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이제 저를 지워주세요. 힘드시겠지만, 말도 안 된다고 하시겠지만 저는 이제 더 이상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셔야할 할 부모님의 권리마저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저의 불효는 업보라 여기시고 앞으로는 더 이상 저를 용납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살고 죽는 것에도 개의치 말아주세요.
훗날 하느님께서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새로운 삶을 허락해주신다면 그동안 부모님께 못 다한 효도를 갚을 수 있도록 노력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저를 대하시면서 마음 애태우시는 부모님의 모습은 지금으로써 저에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력보다 또 죄를 짓는다는 죄책감만 커져갑니다.
부모님께 부탁드릴 것도 없지만 저와 찬호 엄마, 그리고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믿어주시고 암을 이겨낼 수 있도록 그저 옆에서 지켜 바라봐주세요. 더 이상 부모님께 의지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족 사랑의 힘으로 반드시 이겨내겠습니다. 그동안 찬호 엄마와 아이들을 무척이나 예뻐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사랑으로 감싸주신 찬호 엄마와 아이들 - 이제 그들과 함께 가족의 일치된 행복이라는 힘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고마우신 아버지, 어머니!
부모님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큰 기쁨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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