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요셉

[스크랩] 재광이의 투병일지(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께!)

이웅수 2013. 1. 24. 22:17

삼성병원에서 6차 항암치료를 끝낸 재광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있었던 2012년 3월, 둘째형의 권유로 대화교회에서 운영하는 일산아버지학교에 등록, 열심히 다녔습니다.

다음은 일산아버지학교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버지에게 편지쓰기행사에서 두 장의 편지지에 쓴 글입니다. 줄이 쳐져있는 편지지임에도 이따금 삐뚤빼뚤한 문체와 오자가 보이는 것은 그만큼 재광이의 고통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누나, 용문사에서 첫날밤을 같이 지낸 후 ‘첫날 아침식사부터 폐 끼치면 안 되지!’라며 서둘러 일찍 떠나신 아버지 뒷모습이 얼마나 왜소하고, 처량하고, 쓸쓸해 보이는지 마음이 아팠어!”

자신의 괴로움보다도 아버지의 속마음을 먼저 헤아린 재광이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 투병생활을 지켜보시며 마음 졸이셨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불효하는 막내아들로써 죄송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밤낮으로 저를 위해 염려하고 기도해주신 덕분으로 무사히 6번의 항암치료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높으신 은혜는 살아서는 다 갚지 못할 만큼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음에 감사드립니다.

아버지와 용문사에서 지내던 하룻밤 그때가 생각납니다. 집으로 돌아가시는 아버지를 배웅하며 바라본 아버지의 뒷모습이 처량하고 측은하게 여겨졌습니다. 언제나 검소하고 성실하신 아버지의 모습에서 ‘1등 아버지’라 여기며 든든한 버팀목으로 의지해왔는데 어느새 쪼글쪼글하고 연약한 늙은이의 모습으로 비쳐짐이 안타까워 무심한 세월을 탓했습니다.

한때는 아버지께서 자식들에게 거는 기대가 커서 부담스럽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저 역시 두 아들을 키우며 어느새 아버지와 똑같이 기대를 가지며 찬호와 지호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아빠가 되어있었습니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처럼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모든 모습은 제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알게 모르게 아버지를 닮아간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이 세상 누구보다도 훌륭한 아버지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버지, 제가 암에 걸린 것이 아버지의 잘못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아버지만큼 저에게 잘해주신 분도 없습니다. 저는 지난 날 아버지와의 모든 추억들을 이미 고맙고 감사하며 큰 축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수없이 많은 잘못으로 부모님 속을 애태웠던 일들을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지 암담합니다.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때까지 살아계실지 모르겠지만 부디 건강하게 살아계셔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다음 세상에서 제가 다시 태어난다면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을 만큼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그때는 ‘효도만 하는 아들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못 다한 은혜를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부디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 불효자 막내아들 재광 올림 -

 

*손에 힘이 없어서 글씨가 잘 싸지지 않네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 ♥

 

안녕하십니까?

일산아버지학교 6조 조장 김윤입니다.

편지를 받으시면 답장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장항2동 901번지 대화교회 일산아버지학교 6조 이재광

답장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012년 3월 -

출처 : 해피인이계옥
글쓴이 : 이계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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