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옥 2012. 03. 24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보내는지 궁금하니?
그냥 시간이 흐르는 대로, 해가 뜨면 일어나 할 일 하고, 밤이 되면 자면서 되도록 그럭저럭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 잊을 건 잊고, 생각하고 싶지 않는 건 되도록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면서.......
지난 3월 21일 수요일에 찬호엄마가 데려다준 재광이를 재욱이 내외와 병원 2층에서 만났어. 일주일 전에 촬영한 시티와 그날 뺀 피검사의 결과를 듣기 위해.......
의사: 간에 있는 종양의 크기는 조금 작아졌는데 다른 곳은 종전과 똑같아요.
나: 항암제주사치료를 받으면 어떻게 되어야 하는데요?
의사: 종양크기가 작아질 수도 있고, 그대로일 수도 있고, 더 커질 수도 있지요.
나: 우리 재광이가 속이 메스꺼워서 담배를 피웠다는데 어때요?(재광이는 의사 바로 앞에 앉아 있었고 재욱이 내외와 난 재광이 뒤에 서있었어. 되도록 재광이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끔 속에서 끓어오르는 그 무엇인가를 잔뜩 누르며 담배 피운 질문을 터놓았어.)
의사: 안 되지요.
나: 항암제주사를 6차까지 다 맞았는데 앞으로 또 맞을 순 없는 건가요?
의사: 심장에 큰 무리를 주기 때문에 위험해서 안 돼요.
나: 그러면 이젠 약이나 어떤 처방도 없나요?
의사: 없어요.
나: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해요?
의사: 지금처럼 살아온 대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가면 돼요.
의사한테 고맙다는, 수고했다는 인사도 하지 못하고 그냥 진찰실을 나와 버렸어. 내 생각에 의사도 거의 포기한 것 같았고, 많은 환자를 취급하면서 거의 지쳐버린 마치 환자 같았거든.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방사선치료는 안 되나요?"
의사가 나가고 없자 재광이가 하는 말.
"이젠 재오 형이 사놓은 것으로 민간요법이나 해야지."
잠시 후 재광이 팔에 꽂혀있는 주사투입기를 빼러 들어갔을 때 재욱이가 하던 말.
"우선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지, 뭐!"
오늘 매부와 같이 엄마가 다니는 성당으로 깻잎무침을 사러 갔는데 며칠 전, 엄마한테 아파트계단에서 담배를 피우는 재광이을 목격 당했단다. 재광이가 피시방을 다니고, 담배를 피고, 당구장을 다닌다는 것을 안 그때 이후로는 더 이상 재광이한테 담배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어. 재오한테도 우리 더 이상 재광이의 건강회복에 대해 운운하거나 신경 쓰지 말자고 했고.
그저 재광이가 하고 싶다는 대로 우리의 한계가 닿는 한 도와주려고 해. 재오도, 재욱이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을 너무도 빤히 잘 알기에 지금 500,000원 정도 남은 돈을 다 쓰면 앞으로는 계선이와 나, 둘이서만 돈을 모아 대불 할 생각이야. 앞으로 얼마나 더 돈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그때 너도 협조해준다면 고맙고 협조해주지 않는다면 하는 수 없는 거지.
예전의 우리 시어머님 경우를 보거나 지식적 결과로 보자면 항암제주사를 다 맞으면 종양이 다 없어져야 완치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간의 종양만 조금 작아졌다면 검사 후 퇴원할 때 의사가 하던 말.
"앞으로 1년 밖에 더 못 살아요."
보다 작아진 크기만큼 얼마간의 기간만 더 연장될 수 있다는 결론이겠지?
이제부터는 정말로 공기 좋은 곳에서 암에 좋다는 음식만 먹으면서 완전 산사람으로 생활하며 기적을 바라야하는데........
막내올케, 본인은 어떤 대책을 생각하고 있는지?
초기에 그토록 강하게 나오던 재욱이는 자신의 건강문제가 더 절실한지 아무 말도 없이 조용하고.......
되도록 사람들 많은 곳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선이는 재광이를 아버지학교에 보내고 있고.........
이번 검사결과로 '재광이가 이젠 공기 맑은 곳으로 가서 살아야해.'라며 걱정하면 재오는 괜히 쓸 데 없는 신경을 쓰지 말라 하고.......
어제 엄마한테 검사결과를 자세히 말해주었어.
"재광이는 앞으로 1년하고 간의 종양이 작아진 만큼 조금 더 살 거예요. 완치된다는 우리 모두의 소망을 포기해야 해요."
어젯밤에 재광이한테 들은 내 말을 전하면서 앞으로는 정말로 담배를 끊어야한다고 당부하셨더니 알았다고 대답했대. 믿거나 말거나........
구정 때 아니면 엄마생신 때였나? 가족들의 회의가 있었던 날?
그날 회의 결과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마찬가지. 재광이의 여생은 재광이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 이젠 엄마도 부정할 수가 없지. 오늘 엄마한테 말했어.
"예전에 우리들이 재광이한테 냉담하고 더 이상 비용을 대주지 않겠다고 한 것을 너무 야속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정말로 재광이가 미워서 그랬겠어요? 어떻게 해서든 재광이가 담배를 끓고 피시방도 다니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죠. 앞으로 우리들이 재광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병원비 대신 지불해주는 방법밖에 없어요. 재오나 재욱이한테는 앞으로 더 이상 도움을 바랄 수도 없고요."
3월말이 출산예정일인 빛나. 언제 둘째를 낳게 될 지 항상 대기 중에 있어.
솔직히 종교문제는 거론하고 싶지 않아. 예전에는 기회를 봐서 매부와 같이 교회에 나가 예배 볼 날을 기다렸었는데 재광이 문제로 요즘은 갈팡질팡. 매부와 종교 이야기를 할 때는 세상 쪽으로 기울고 내 힘이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는 교회 쪽으로 기울고....... 희준이를 생각하면 나도 무조건적으로 하느님께 의지하는 순한 양이 되고 싶어. 글쎄, 언제나 그때가 오려는지........???
'이계옥 해피인'이라는 다음카페를 들어가 봐. 글 밑의 사진을 보면 재광이의 필체가 많이 달라진 것을 볼 수가 있어. 참ㅇ로 마음 아픈 현실이야.
부탁한다. 이젠 너도 재광이의 완치문제로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재광이나 다른 식구들과 통화할 때면 담배, 피시방, 당구장 이야기는 되도록 피하고 증세가 어떤지 일상생활만 물어봐.
끝으로 너의 건강도 잘 챙기면서 무사함을........
그리고 큰올케, 주호, 주은, 윤호가 건강과 함께 행복하기를........
제발 내 주변의 가까운 친인척들에게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게 결국 나를 위하는 것이므로........
옛날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지만 난 아니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어.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없더라도........
다음카페 - 이계옥해피인을 쓰고 들어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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