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인이계옥 12.04.18
너의 답 글은 역시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대로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내가 하느님에 대해 전혀 무지는 아닌 것 같아. 하하하.......
물론 오해는 없어. 너로선 능히 그렇게 답할 수 있고, 난 그 세계에 있는 너를 약간은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너로부터 그와 같은 답이 오겠다.' 생각하고 있었지. 차라리 하느님의 존재를 전혀 모르거나, 의식하지 않거나, 무시하고 산다면 재광이에 대한 내 무능력의 실망은 더 클 거야. 그리고 원망도 할 줄 모르고 할 수도 없겠지.
그런데 왜 내가 하느님 운운하면서 입에 오르지 않느냐면 그 이유가 있어. 지난2월 16일 오후1시 16분에 술에 잔뜩 취한 재욱이로부터 받은 문자 때문이야.
"누나 하나님알어? 함부로이야기하이마 누나화나님의마음읠알아? 하나님의가르침이뭐야? 솰직히말하먼 누나애들하고주받는메일진실야? 그만해 다른사람한테인기끌고싶은거야?"
대낮부터 만취상태로 보낸 재욱이의 문자를 받고 난 하느님을 한 번 더 원망했어. 재광이가 검사받기 위해 삼성병원에 입원했을 때 처음 찾아가던 날, 왜 그림 잘 그리는 특별한 재능을 주시고 그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하여 흉선암이라는 병명을 얻게 하셨는지........재욱이 일로는 왜 하느님을 잘 믿고 따르는 동생에게 이토록 정신적 고통을 주시느냐고........ 잘 풀려서 잘 살게끔 돌봐주시지 않고........ 이유야 두 말 할 것도 없이 이 세상에서 두 동생들이 올바르게 잘 살아오지 못해 생긴 결과겠지만 하느님을 믿는 자식들이니까 재빨리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을 때 깨달음을 주어 올바른 길로 안내해줘야 되지 않을까? 만물의 영장인 하느님이시니까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 텐데........
큰매부는 종교 면에서는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현실주의, 자기주의야. 이때나, 저때나, 희준이의 소망대로 남편과 함께 교회로 나가서 예배드리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은데 언제나 가능할지 나도 때를 기다리고 있어.
며칠 전, 아버지께서 재광이가 많이 나졌다고 말씀하셨지? 아버지는 아무 것도 모르셔. 귀가 어둡다 보니 어떤 일이든 설명해드리려면 큰소리로 여러 번 해드려야 하고, 또 자세히 설명해드리면 걱정만 늘게 되니까 차라리 '아버지, 엄마만이라도 마음 편히 해드리자.' 싶어서 말씀 안 해드렸어.
그제 재광이와 통화했는데 감기가 걸려서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어. 막내올케와도 통화를 했는데 이틀 동안 집에서 꼼짝 안하고 거의 누워있다시피 했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재광이가 정말로 감기에 걸려서 감기증세가 있는 게 아니고 흉선암의 증세 때문이라는 것. 그런 증세가 앞으로 계속 반복될 것 같아. 그러다가 때가 되면 식사도 못하고, 통증은 심해지고, 결국엔...........
지금은 그나마 면역력주사를 맞고 있으니까 조금은 그의 약효를 받고 있는 줄로 알고 있어. 이 말은 인터넷을 통하여 흉선암 환자인 남편을 옆에서 치료부터 죽음까지 지켜본 어느 아내의 경험담을 읽고 안 사실이야. 지난 번 메일을 써서 보냈을 때가 바로 그 경험자의 글을 읽고 마음이 완전히 우울로 가득했었어. 재광이는 그런대도 담배를 펴고, 피시방과 당구장을 다니고 있고, 재욱이는 빚으로 아버지 집을 담보로 1억을 빌린다며 융자절차를 받고, 재오는 재오대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아 두 매부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라서 정말로 나 혼자의 몸이라면 죽고 싶을 정도였어. 그렇다고 자식들한테 하소연할 수도 없고, 내 마음을 헤아려주고 힘을 북돋아주는 사람은 그래도 한 이불을 쓰고 있는 남편밖에 없더라. 하느님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아무 대책도, 가르침도 없으셨고.
너만 알고 있어. 재오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이렇게, 저렇게, 빌리는 바람에 한 달 월급을 타도 남기는커녕 모두 이자로 나가서 원금 갚을 방법이 없다는 거야. 재욱이 형이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어 먼저 의지하는 바람에 재오는 입도 벙긋해보지 못하고, 또 부모님께는 차마 걱정을 끼쳐드릴까 싶어 망설인 거야. 할 수 없이 두 매부와 누이들에게 삼천 만원을 이자 없이 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윤정이 아빠가 어떤 사람이니? 물론 계선이야 빌려주고 싶겠지만 남편의 마음이 워낙 굳으니까 해줄 수가 없는 거지. 할 수 없이 우리가 이천 만원을 빌려주되 한 달에 500,000원씩 40개월에 원금만 갚도록 적금을 들어 자동이체 시키는 조건으로 빌려주기로 했어. 재오에게 말해줬어.
"우리도 돈 여유가 있어서 빌려주는 게 아니라는 것, 잘 알고 있지? 건물 지을 때 융자 얻은 돈, 4억이 그대로 있다는 것. 돈의 여유가 있으면 우리는 그 은행 빚을 갚아야 한 달에 꼬박꼬박 나가는 이자금액을 줄일 수 있는데 현재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는데도 빌려준다는 것. 작은 누나나 매부를 원망하지 마라. 나도 같이 반반씩 나눠 1,500만원씩 빌려주었으면 기대했었는데 안 된다고 하니까 처음엔 실망을 느꼈지만 역시 계선이도 내 동생이라 원망하고 싶지 않아. 내가 힘들어도 혼자서라도 2,000만원을 빌려주는 게 어쩌면 너와 계선이를 돕는 일도 되니까."
다행히 재오가 '모든 게 다 자기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니까 누구를 원망하겠느냐?'며 이해해주더군. 그리고 큰매부에게 감사하다고.
지난 번 메일을 썼을 때의 내 기분, 심정이 어떠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겠니? 그냥 푸념 아닌 푸념이라 생각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재오에게 우리가 빌려준 돈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줘. 왜냐하면 40개월 동안 빌려주었을 뿐, 다달이 500,000원씩 받을 거니까. 알았지?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하느님이 보시기에 나와 매부는 재광이보다 더 나쁜 자식이고 죄가 큰 것 같다. 재광이는 지금이야 어떻든 과거에 하느님을 아버지라 불렀었지만 난 성경읽기에서 매주 일등을 놓치지 않으며 세례까지 받았었는데 지금은 주일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원망만 하고 있고, 큰매부는 내가 행여 교회에 나갈까봐 종교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하여 기독교에 대한 온갖 사건들을 들추며 할 말 없게 만들어 놓으니.......
사실 이 세상에 나처럼 행복한 여자는 없어. 두 아들과 딸이 제각각 결혼하여 열심히 잘 살고 손자, 손녀가 벌써 넷이나 되어 친손자, 친손녀, 외손자, 외손녀, 고루고루 갖추고 있으니....... 남편의 사랑도 많이 받으면서 하루하루 마음 편히 잘 지내고 있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어? 비록 상가를 지을 때 융자금 4억이란 빚이 있지만 주변에서 아무 일이 없으면 알뜰살뜰 열심히 저금하여 갚을 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거든. 그런데 자꾸 기대고 의지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도와줄 수 있을 때 돕는 입장에서 있다는 것, 그것도 행복한 일이라 생각해. 도와주겠다고 생각한 남편에게 한없이 고맙지.
엄마와 아버지의 결혼60주년기념사진을 보려면 해피인이계옥 블로그에 들어가서 사진방과 은하수에 띄우는 작은 도서관을 참고해봐. 4월 5일 하루에 있었던 일과 잘 나온 사진들을 순서대로 올려놓았으니까. 참, 너의 건강상황은 어떠하니? 자세히 답해줘. 다른 식구들에게는 아무 일 없는 거고?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 건강 잘 챙기면서 잘 지내.
위의 그대로 적은 재욱이의 문자 건도 절대로 재욱이에게 말하지 마라. 재욱이가 나에게 또 그런 문자를 보내겠니? 그날은 가정의 어떤 건으로 기분이 좋지 않아 낮술을 마시고 잔뜩 취해서 그래도 누나라고 나에게 푸념해댔겠지. 평상시 교회에 나가지 않는 나에 대한 불만을 그렇게 표한 거겠지.
지금 이 메일은 지난 3월 28일에 딸을 순산하여 조리원에서 지난 토요일에 집으로 나온 빛나 네서 쓰는 거야. 아들인 찬희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때문에 결석시킬 수가 없어서 내가 지난 토요일부터 빛나 네로 왔고, 도우미는 어제 월요일부터 오고 있어. 앞으로 김포에서 내가 일이 없을 때는 빛나 네로 와서 도와줘야 할 것 같아.
큰매부는 희준이네 7시 반쯤 도착하여 민규에게 밥을 먹여주고, 옷 입혀서 희준이의 학교 소속인 선일유치원 차를 태워 보내고 김포로 와. 희준이나 며느리가 둘 다 늦는 날만 저녁 늦게까지 있다가 6시쯤 끝나는 민규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보호하고 있지. 한결 편해졌고, 시간여유가 생겨서 요즘은 가까운 김포의 정릉뒷산으로 운동을 다녀. 난 무릎수술로 아직 시도하지는 못하지만 6월쯤부터는 가능할 것 같고.
이만 끝맺을 게.
재광이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 문득문득 재광이 생각이 날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간절히 기도를 하지만 글쎄 들어주시려나? 기도하면 다 들어주신다는 많은 기독교인들의 말을 믿어도 되는지........ 아무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사를 누군가 조정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싶어 그의 존재를 하느님이라고 믿고 싶은데........ 재광이가, 재욱이가, 재오의 상황들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아니 하느님께서 좋은 길로 인도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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